노래방 기계 앞에 앉아 번호 누르는 손가락 보면 세월이 야속하다. 요즘 것들은 쾌적한 시설만 찾느라 정작 노래방의 본질이 무엇인지 잊고 산다. 합정 골목마다 번쩍이는 간판들 사이에서 무턱대고 아무 문이나 열지 마라. 시설이 화려하다고 목소리가 잘 나오는 건 아니다. 진짜 실력자들은 마이크 상태와 음향 밸런스를 먼저 따진다. 무선 마이크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곳은 애초에 거르는 게 상책이다. 사장한테 마이크 좀 조절해달라고 소리치기 전에 스스로 기기 세팅을 만질 줄 알아야 진정한 가객이다.
기계 리모컨 만지는 법도 모른 채 남들이 고른 최신곡 따라 부르는 건 노래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합정에서 제대로 놀고 싶다면 본인만의 애창곡 리스트를 미리 준비해라. 노래방 화면에 나오는 숫자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리모컨 뚫어지게 쳐다보며 고민하는 모습은 참 보기 딱하다. 금영이든 태진이든 기계마다 성향이 다르다. 에코를 너무 과하게 넣으면 본인 목소리도 안 들리고 깡통 소리만 울리다 끝난다. 적당히 타협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방 고를 때도 요령이 있다. 너무 큰 방은 피하는 게 좋다. 소리가 다 먹히고 울림만 남아서 노래 실력이 반 토막 난다. 적당히 비좁아야 서로 목소리가 엉키지 않고 깔끔하게 빠진다. 에어컨 바람 너무 세게 틀어놓은 방도 조심해라. 목 감기 걸리기 딱 좋다. 퇴근하고 지친 몸 이끌고 왔으면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목 먼저 풀어라. 요즘 친구들은 노래방 들어오자마자 고음 지르느라 목 다 상해서 나간다. 노래는 폐활량이 아니라 진심으로 부르는 거다.
어차피 노는 거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즐기려면 평일 낮 시간을 공략해라. 밤새 술 퍼마시고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쾌적하다. 합정에는 그런 알짜배기 시간이 분명 존재한다.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남들 노는 시간에 똑같이 맞춰 다닐 필요 없다. 사장님한테 노래방 기계 관리 좀 자주 해달라고 한마디 툭 던지는 여유도 부려봐라. 무심한 척 챙겨주는 게 진짜 멋이다. 오늘 부른 노래가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 인생도 노래도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