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부터 11월까지, 내가 매주 목요일마다 홍대 뒷골목에서 시킨 배달 음식 영수증이 총 47장이에요. 그중 11곳이 문을 닫았거든요. 제가 왜 영수증을 모았는지... 처음부터 설명드릴게요. 잘 몰라서 그런데, 제 동생이 합정 쪽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했었거든요. 2022년 겨울에.
동생 가게 단골이었던 제가 그때부터 메뉴판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원가 계산은 취미가 아니라... 동생한테 뭐라고 조언해줄 수 있을까 싶어서였죠. 솔직히. 아무튼 그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서, 홍대 폐업 건들까지 추적하게 된 거예요.
## 살아남은 곳 vs 사라진 곳, 메뉴 한 줄이 갈랐다
제가 기록한 2023년 홍대 폐업 업소 11곳 중 8곳이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메뉴에 "시그니처"라고 쓰면서 정작 그게 뭔지 설명이 없었거든요. 예를 들어 합정역 7번 출구 근처에 있던 A브루어리. 맥주 4종 세트가 28,000원이었는데, 리뷰에 "어떤 맥주가 맛있는지 모르겠다"는 후기가 반복됐어요.
반대로 지금도 성업 중인 B펍은요. 메뉴판에 "이건 이런 사람이 좋아해요"라고 써놨어요.IPA 좋아하시면 클라우드 파일럿 추천, 라거 좋아하시면 브루독 옥토버페스트. 이렇게요. 단순하지만, 솔직히 메뉴 고를 때 스트레스받는 사람들한테는 이 한 줄이 진짜예요.
## 노래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좀 뜬금없을 수 있는데, 제가 요즘 자주 가는 합정 노래방도 이 원칙이 적용되더라고요. 강남 쪽에 비해 합정 노래방들은 대체로 곡 수가 적어요. 근데 재밌는 게, 곡 수 적은 집이 오히려 손님이 많아요. 왜냐면 최신곡 업데이트가 빠르거든요. 2023년 12월 기준으로 아이브 'Baddie', 세븐틴 '아주 나이스' 이런 것들이 바로 반영되어 있으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제가 추천드리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네이버에 "합정 노래방 추천" 치지 마시고, 먼저 본인 플레이리스트에서 최근 3개월 이내 곡이 몇 개인지 세보세요. 5곡 이상이면 무조건 최신곡 업데이트 빠른 곳을 찾으시고, 3곡 이하면 음향 시설 좋은 곳이 나아요. 이 기준으로 고르면 후회 확률이 확 줄어요. 자세한 리스트는 작성자의 추천 사이트에 정리해뒀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 원가 구조가 달라지면 메뉴 전략도 바뀌어야 해요
동생이 문 닫고 나서 제가 깨달은 건 이거예요. 홍대 상권에서 월 임대료가 400만 원 이상이면, 메뉴 하나의 원가율이 28%를 넘으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이건 제가 계산해본 건데, 단순히 "재료비 적게 쓰세요"가 아니에요. 메뉴 수를 줄이되, 남는 메뉴에서 마진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지금도 홍대 뒷골목에서 3년째 버티고 있는 A카페 사장님은 메뉴가 7개예요. 작년에 제가 계산했을 때 메뉴당 평균 원가율이 24.5% 정도 됐는데, 이건 생과일 쓰면서도 가능한 이유가 커피 외에 티라미수 하나밖에 안 남겼거든요. 그 티라미수 원가가 2,100원인데 판매가 7,500원. 이 마진 하나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 합정 노래방 고를 때도 같은 논리가 작동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선택의 기준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뒤집는 거예요. 노래방이든 식당이든, 최악이 뭔지 먼저 정해두면 선택지가 확 좁혀지거든요. 홍대 폐업한 집들이 공통으로 실패한 지점이 바로 이거였어요. 손님이 뭘 원하는지 연구하면서 정작 손님이 절대 못 참는 게 뭔지는 생각 안 한 거죠.
foot care도 마찬가지예요. 제 동생 친구가 을지로 쪽에서 발관리 샵 차렸는데, 처음에 메뉴가 12개였거든요. 지금은 5개로 줄이고 웨이팅 생겼어요. 서울 중구 을지로 256 3층 풋쌤 동대문점 사장님도 처음엔 비슷한 시행착오 겪으셨을 거예요. 결국 살아남는 건 메뉴를 많이 파는 게 아니라, 하나를 파도 그게 "이거 아니면 안 되는" 게 되는 거거든요.
47장의 영수증이 말해주는 건 딱 하나입니다. 홍대에서 3년 버티려면, 손님의 "あ"까지 읽으라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그냥 노래방이나 가세요. 합정에 괜찮은 데 많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