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실력으로 서열을 매기는 모임의 불편함을 짚고,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구체적인 대화법과 배려 기준을 전합니다.
노래 실력 서열화라는 묘한 풍경
제가 노래 모임 쪽은 워낙 쑥맥이라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 노래방만 가면 다들 오디션 심사위원이라도 된 것처럼 눈을 번뜩이시더라고요.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음을 쏘아 올리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하늘이 내린 국보급 가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존경스럽고 경이롭습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엄청난 기교와 성량을 뽐내고 난 뒤 찾아오는 묘한 정적은 다들 어떻게 견디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수가 쏟아져도 다음 차례인 사람은 기가 죽어서 예약 버튼 누르기조차 겁을 내잖아요. 점수 기계에서 80점대라도 나오면 괜히 눈치 보고, 고음 잘 지르는 사람이 방 안의 권력을 쥐는 이 이상한 서열화. 친구들끼리 회포 풀려고 모인 자리에서 왜 남의 개인 콘서트를 감상하며 채점표를 매겨야 합니까? 참 쑥스럽지만 저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마이크를 쥐는 사람과 쉬고 싶은 사람의 몫
모임에 가면 꼭 마이크 두 개를 혼자 쥐고 끝없이 노래를 예약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 계시죠 ^^ 그 지치지 않는 열정에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남의 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음료수나 한 모금 마시는 시간이 훨씬 편안한 사람도 분명히 있거든요.
"너는 왜 노래 안 해? 분위기 깨지 말고 한 곡 뽑아봐!"라며 억지로 마이크를 쥐여주는 건 배려가 아니라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넣는 일입니다. 노래를 못해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냥 목을 쉬고 싶거나 남들이 노는 걸 조용히 바라보며 웃는 게 더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고 해서 흥을 깬 것도 아닙니다. 억지로 등 떠밀어서 노래 부르게 만들고 다 같이 어색하게 탬버린 치는 것보다, 그냥 편하게 듣게 놔두는 게 진짜 어른스러운 배려 아닐까 싶네요. 목 아픈 녀석한테는 억지로 노래 시키지 말고 음료수나 챙겨주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현장에서 바로 써먹는 분위기 환기 대화법
그렇다고 잘 부르는 사람을 탓하거나 방 안 공기를 식힐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 방에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대화 요령이 있습니다.
- 듣기만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배려: "너 억지로 부를 필요 없으니까 편하게 듣고 있어라. 마이크 넘기라고 보채는 사람 있으면 내가 막아줄 테니까 마실 거나 골라." 이렇게 한마디 툭 던져주면 그 친구는 방 안에서 가장 안전한 편안함을 느낍니다.
- 노래에 자신 없는 사람을 위한 멍석 깔기: "이 노래 후렴구는 다 같이 불러야 제맛이거든요 ^^ 제가 앞에서 삑사리 거하게 낼 테니까 후렴만 같이 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본인이 먼저 망가지는 시늉을 해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마이크를 잡게 됩니다.
- 독무대를 이어가는 사람을 부드럽게 돌리는 법: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천상의 멜로디라 귀가 녹아내릴 지경입니다 ^^ 다음 곡은 우리 다 같이 아는 추억의 노래로 한 곡 골라주시면 온 방이 눈물바다가 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칭찬을 듬뿍 얹어 모두가 아는 대중적인 곡으로 물꼬를 돌리는 겁니다.
선곡의 진정한 가치는 가창력이 아니라 공감대
노래방에서 진짜 분위기를 살리는 곡은 음정이 완벽한 고음 발라드가 아닙니다. 서툴러도 전주만 나오면 누구나 "어, 이 노래!" 하고 탄성을 지르는 그런 노래가 방 안을 살립니다. 후렴구에서 다 같이 떼창을 하거나 엉터리 춤을 춰도 아무도 흉보지 않는 순간, 그 자리는 비로소 경쟁이 아니라 놀이가 됩니다.
가창력 뽐내기는 나중에 혼자 동전 노래방 가셔서 마음껏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는 굳이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잖아요. 조금 음정이 빗나가면 어떻고 박자를 놓치면 또 어떻습니까. 서로의 모난 구석을 보면서 껄껄 웃고 털어버리려고 모인 거니까요. 완벽한 노래보다 편안한 배려가 감도는 방이 백배는 더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