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합정 골목 노래방들은 기가 찬다. 번쩍거리는 조명에 화려한 인테리어만 치장하고 정작 소리는 깡통 두드리는 곳이 허다하다. 노래는 목청으로 하는 것이지 눈으로 하는 게 아니다. 라떼는 마이크 줄이 꼬여도 소리만큼은 고막을 때렸는데 요즘 것들은 탬버린 흔들며 놀 생각만 하니 기본이 빠졌다. 합정에서 제대로 목을 풀려면 겉치레에 속지 말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반주기 로고부터 확인해야 한다.
진짜들은 에코 조절기부터 손을 댄다. 기계가 알아서 맞추는 자동 설정은 대충 흥이나 돋우려는 초짜들이나 쓰는 기능이다. 합정의 오래된 업소들은 의외로 마이크 앰프 설정을 수동으로 만질 수 있다. 에코는 너무 많으면 소리가 뭉개지고 너무 줄이면 목이 쉽게 쉰다. 마이크 볼륨은 반주보다 약간 높게 잡고 에코는 두 칸 정도 줄이는 것이 성대를 아끼며 고음을 내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키 조절도 오만 부리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 원곡 키를 고집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한 키만 낮춰도 성대에 가해지는 피로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합정 근처에서 밤늦게 목을 쓰다 보면 성대가 쉽게 건조해지는데 이때 억지로 지르면 다음 날 목소리가 안 나온다. 멜로디 라인을 조금 낮추고 탬포를 호흡에 맞추는 투박한 방식이 훨씬 오래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비결이다.
물 한 모금 머금고 입안을 적시는 게 전부다. 합정 골목길에서 화려한 외관에 홀려 지갑을 열기 전에 구석진 지하라도 음향 장비 관리가 잘된 곳을 찾는 안목이 필요하다. 낡은 소파가 있어도 마이크 커버가 짱짱하고 스피커 찢어지는 소리가 안 나면 거기가 최고의 명당이다. 목숨 걸고 지르는 고음보다 묵묵히 가사를 읊조릴 때 심장을 울리는 법이니 차분히 소리에 집중해라. 감기 기운이 있다면 가지 마라.